토요일날로 보충 수업도 끝나고 진정한 방학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일요일날 국립극장에서 하는 '노틀담 드 파리'로 문화 테라피를 제대로 했다.
아! 너무 좋으리라 당연히 기대했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은 오지 않았다. ^^V
오랜만에 마음이 부들부들해지는 음악을 듣고 가슴이 쿵쾅거렸고,
아크로바틱과 힙합 등이 조화된 신선한 안무들과 세련된 조명에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편의 뮤지컬을 봤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긴 시를 읽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상황의 완벽한 재현과 세세한 전개가 아니기에 신선했고 오히려 음악에 더 집중하며
던져주지 않은 더 많은 것들을 내 머리 속에서 그려낼 수 있었다.
원작자 빅토르 위고는 노틀담 성당 구석진 곳에 새겨진 `Anakia(숙명)`란 단어를 발견하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정말 작가의 상상력이란 대단한 것.
나도 다른 시대지만 노틀담을 성당을 분명 갔는데 전혀 소설적 발상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건 그렇고 유럽에 성당이 있다면 동양엔 사찰이 있지 않은가?
우리 나라도 그와 관련된 우리만의 이야기로 세계적인 공연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도 사찰과 관련된 러브스토리들이 꽤 많다.
지귀 설화도 있지만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가 나름대로 드라마틱 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봤다. 각색을 하면 상당히 재미있을 듯~ 음...
어쨌든, 인류의 탄생과 함께 늘 숨쉬고 있지만 잡히지도 규정할 수 없는 '사랑'이란.
정말 너무도 어려운 거다. 현대인에게 욕망이 먼저인지 사랑이 먼저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너무도 견고하고 고고한 인격의 인간이 사랑으로 인해 파멸로 가는 길은 너무 쉽다.
그것이 신을 닮으려 닮은 체 하려는 인간의 한계이고 숙명이겠지...
오히려 고고함도, 잘난 것도, 가진 것도, 아무 것도 없어야 파멸이 아닌 사랑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콰지모도 처럼...
사랑이란 감정에 참 냉정한 편인데 솔직히 말하면 냉정한 척 하는 것이겠지만,
그 냉정함이 띠를 두르고 그 위에 경계심이 나를 가두고 그 껍질로 나를 속박하면서 지금 나는시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올 내 사랑이 욕망이 아닌 '사랑 그 그대로' 이길 바라지만
'나이 듦'이란 로맨스를 박살내고 자꾸 내게 현실을 들이민다.
마치 어린 시절 무지막지하게 편식했던 나에게 어머니가 억지로 먹이려했던 숟가락 위의
밥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아직 꿈꾸고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난 어리석은 인간이니까...
p.s.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노래들이 모두 훌륭해 요즘 집에서 계속 돌려 듣고있다. http://ndpk.co.kr/html/m03_01.html
하지만 서태화의 '파멸의 길로 나를' 이라는 곡이 빠져서 아쉽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인데...
비 오는 날이면 재미있는 만화책과 책을 잔뜩 빌려,
간식거리를 한가득 가슴에 품고,
집에 일찍 들어가 이불 속에 폭~ 들어가 즐기던 그 시간들을 너무나 달콤해했다.
가끔씩 비오는 경쾌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창문에 입혀지는 비의 질감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하면서.
오늘 연못의 물빛이 더 푸르고 나무들이 진초록빛 빗물을 머금고 촉촉히 젖어 있는 교정의 모습이
참 맑.았.다.
한참을 서성이다 그토록 비오는 날도 좋아했던 예전의 내가 떠올랐고
이제는 그런 작은 일상에 설레지도 행복해하지도 않는 나 자신을 문득 알아차렸다.
사전적 의미의 '어른'이 되긴했는데
여전히 '어른' 아니라고 내 자신을 부정하면서
철부지처럼 때론 어른들의 세계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중간 어른'처럼 살았는데.
비 오는 날에 청바지 뒷단에 흙탕물이 튈까봐
비 오는 날에 외출할 일이 생길까봐
비 오는 날에 차선이 번져 보일까봐
걱정스런 표정으로 일기예보를 듣는 내가 서글퍼진다.
예전엔 예쁜 우산을 보면 꼭 사고야 말았고,
그 우산을 펼치고 싶어 비오는 날을 기다리기도 했고.
실제 습기가 높아도 내 마음만은 보송하고 머리 속은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었는데. 흠..
비오는 날, 우리는 보통 무채색을 떠올리는데 비를 맞는 세상은 더 선명하고 진해진다.
지금도 톡톡 빗방울이 너무나도 작고 앙증맞은 빨간 야생화 잎을 물들이며 세상의 채도를 높이고 있다.
아...내 삶의 빛깔도 아직 채도를 잃어서는 안되는데.
나도 저 빗 속에 젖으며 세상 속에서 더 선명해져야지. 으샤.
그리고 나를 달랜다.
비 오는 날을 조금 더 좋아 하자고.
조금만 조 금 만 더.....
|
최근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책을 독서 지도 시간에 건둥건둥 읽었다. |
| 2009/06/19 |

Prev
Rss Feed